작년 이맘때, 저도 복잡한 공고문을 붙잡고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수많은 전문용어와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내 기술의 가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어필해야 할까?' 밤새워 고민했었죠.
1차 기술수요조사에 직접 참여해 제안서를 제출하고, 운 좋게 최종 선정까지 경험했던 그 과정을 바탕으로, 올해 도전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줄 핵심 노하우를 모두 담았습니다.
이 글 하나로 공고문 분석부터 접수까지 막연한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꾸게 되실 겁니다.
2025 DCP 기술수요조사,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세요 (공고문 3줄 요약)
공식 공고문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부터 짚어 드립니다. 수십 페이지의 문서를 읽기 전, 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 WHAT: 2025년 국가 R&D 예산이 투입될 대형·임무중심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아이디어 수집 단계입니다.
- WHO: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딥테크를 보유한 기업, 대학, 연구소 누구나 제안할 수 있습니다.
- HOW: 지정된 양식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해 IRIS 시스템으로 온라인 제출하면 됩니다.
그래서 DCP 기술수요조사가 뭔가요? (정부의 진짜 의도 파악하기)
단순히 유망 기술 목록을 모으는 조사가 아닙니다. 이는 미래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임무 중심(Mission-oriented)'의 대형 R&D 과제를 기획하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정부는 해결해야 할 국가적·사회적 문제(예: 탄소중립, 감염병 대응, 공급망 안정)를 먼저 설정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
즉,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기술적 우월성만 주장하기보다 '우리의 뛰어난 기술이 이러한 국가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안서 전체를 관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점이죠.
내 기술도 해당될까? (핵심 대상 기술 및 지원 자격)
- 대상 기술: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파급력 있는 딥테크 기술이 주요 대상입니다. (예: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양자, 우주항공 등)
- 지원 자격: 제안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기관이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단, 개인 자격으로는 제안할 수 없습니다.
- 체크포인트: 공고문에 명시된 기술 분야에 100%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어필 가능합니다. 실제로 제가 속했던 팀 역시 AI 신약 개발과 첨단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분야로 제안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공식 공고 확인: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 공식 공고문 바로가기 (KISTEP)
가장 중요한 마감일! (주요 일정 및 타임라인)
- 수요조사 접수: 2024년 5월 13일(월) ~ 6월 14일(금) 18:00까지
- 선정 평가: 2024년 6월 ~ 7월 (예정)
- 결과 발표: 2024년 8월 (예정)
- 경험자 팁: 마감일 오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 IRIS 시스템이 느려지거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합니다. 마음 편히, 최소 하루 전에는 모든 서류를 최종 제출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합격률 높이는 제안서 작성법 (작성 항목별 꿀팁)
제출해야 할 제안서 양식, 막상 열어보면 막막하시죠? 각 항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심사위원이 어떤 포인트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알려드립니다.
시작 전,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제출 서류 및 접수 방법)
- 필수 제출 서류 목록:
- ① 기술수요조사 제안서 (지정 양식): HWP 파일로 제공되며, 내용을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 ② 증빙자료 (선택이지만 필수): 기술의 우수성과 현 수준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특허, 논문, 시험성적서 등을 PDF로 변환하여 첨부합니다.
- 접수 방법: 오직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을 통한 온라인 접수만 가능합니다. 이메일이나 우편 접수는 절대 받지 않으니 유의하세요.
- 접수처 바로가기: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1단계] 기술 개요: 심사위원을 3초 만에 사로잡는 법
수백 건의 제안서를 읽는 심사위원은 개요만 보고도 제안서의 수준을 짐작합니다. 첫인상이 가장 중요합니다.
- Do: 제안하는 기술의 핵심 내용(What), 이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Why),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할 최종 목표(Goal)를 첫 2~3 문장 안에 명확하고 간결하게 요약하세요.
- Don't: 추상적인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전문용어를 과도하게 나열하여 기술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지 마세요. '초격차', '혁신적' 같은 단어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습니다.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컴퓨팅 패러다임 구축" -> 추상적이고 모호함 /
기존 대비 전력 소모를 1/10로 줄인 NPU 기반 AI 반도체를 개발하여,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량 저감 문제 해결에 기여" -> 구체적이고 명확함)
[2단계] 기술의 중요성 및 파급효과: '왜' 당신의 기술인가?
'이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라는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객관적인 근거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 정량적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시장성(예상 시장 규모, 연평균 성장률), 기술적 우위(경쟁 기술 대비 성능 X% 향상), 사회적 기여도(에너지 절감 효과, 사회적 비용 감소액) 등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야 신뢰도가 급상승합니다.
- 경험자 팁: 국내외 경쟁 기술 및 연구 동향을 분석하고, 제안하는 기술의 차별점과 우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표(Table)로 정리하세요. 심사위원의 이해를 돕고 가독성과 설득력을 동시에 높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3단계] 기술 성숙도(TRL): 가장 많이 실수하는 바로 그 항목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은 현재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척도입니다.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이 항목에서 실제 보유한 기술 수준보다 단계를 부풀려 기재하는 실수를 합니다. 이는 평가 과정에서 신뢰도를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현재 기술 수준(As-Is)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수준(To-Be)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단계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논문 게재, 특허 등록, 시제품 제작 및 성능 검증 데이터 등)를 반드시 함께 제시하는 것입니다. 근거 없는 주장은 공허할 뿐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흔한 실수 TOP 3 (이것만 피해도 절반은 성공!)
수많은 제안서를 검토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그리고 안타깝게 탈락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들을 정리했습니다. 이것만 피해도 성공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실수 1: 공고문 속 '키워드' 놓치기
공고문과 사업 안내 자료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무 중심', '국가전략', '파급효과', '도전적·혁신적'과 같은 키워드는 평가의 핵심 기준이자 정부가 원하는 방향성입니다. 제안서 제목부터 내용 곳곳에 이 키워드들을 자연스럽게 녹여, '우리는 이 사업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실수 2: 제출 마감 시간에 임박해서 접수하기
위에서도 강조했지만, 정말 중요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서버 다운, 파일 업로드 오류, 인터넷 연결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변수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작년에 함께 준비하던 동료 연구실은 마감 10분 전 발생한 업로드 오류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지난 1년간의 노력을 허무하게 날려버렸습니다. 미리 제출하고 마음 편히 기다리세요.
실수 3: 증빙자료 누락 또는 양식 미준수
지정된 파일명 규칙(예: 기관명_기술명. hwp), 페이지 수 제한, 글자 크기 등 사소한 양식 위반은 평가자에게 성의 부족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 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 특허나 논문 같은 증빙자료를 빠뜨리는 것은 스스로 평가 점수를 깎는 행위입니다. 제출 전, 공고문을 옆에 두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익명의 타 기관 연구원 경험담: "이전 다른 과제에서 페이지 제한을 1페이지 초과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게 감점 요인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제가 DCP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했고, 주변 동료들도 많이 물어봤던 질문들을 모아 답변해 드립니다.
Q1. 컨소시엄으로 제안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답변: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술의 완성도와 최종적인 사업화까지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원천 기술을 보유한 대학/연구소와 이를 제품화하고 실증할 수 있는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기술의 'End-to-End' 완성도 측면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Q2. 제안서 분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답변: 양식에서 제시된 분량(예: 5페이지 내외)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Q3. 작년에 탈락했던 기술로 다시 제안해도 되나요?
답변: 물론입니다. 오히려 이전의 실패를 딛고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전 평가에서 지적받았던 부분(예: 시장성 분석 미흡, 기술적 구체성 부족)을 어떻게 보완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기술적 진보(Additional Progress)를 이루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2025 DCP 기술수요조사는 단순한 서류 제출이 아니라, 여러분의 빛나는 기술이 세상을 바꿀 첫걸음을 내딛는 정말 중요한 기회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 글에서 제시한 전략과 팁들을 나침반 삼아 차근차근 준비하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